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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몬의 기도


솔로몬의 기도


우리는 종종 "솔로몬의 지혜를 주시옵소서"라고 기도하곤 합니다. 대체로 어려운 환경을 잘 헤쳐 나가기 위해, 학업 중인 자녀들을 위해 특별한 지혜를 구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본래 솔로몬이 일천 번제를 드리고 난 후에 구한 '지혜’를 직역하면 '듣는 마음'이라는 의미입니다. 이것은 하나님의 음성에 귀를 기울이면서 하나님의 말씀을 잘 '들으려고’ 하는 마음 자세를 의미하기도 하고, 그에게 재판을 받으러 나오는 백성의 말을 잘 ‘듣고’ 잘잘못을 잘 분별하는 지혜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솔로몬은 자신을 세우신 분이 하나님이심을 잘 알았습니다. 왕은 하나님을 대신해 나라를 다스리는 사람이기에, 하나님의 백성을 잘 다스리는 일이 하나님이 원하시는 일임을 인식한 것입니다. 결국 솔로몬이 구한 지혜는 하나님과 백성을 잘 섬기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자신의 출세나 성공, 혹은 자랑의 도구가 아니라, 철저히 하나님께 쓰임 받기 위해 구한 것이 바로 '지혜, 듣는 마음’이었습니다. 하나님이 솔로몬의 이런 기도를 흡족하게 여긴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솔로몬의 기도는 먼저 그의 나라와 의를 구하는 기도였기 때문에 하나님은 그가 구한 지혜뿐 아니라 다른 복들을 더해 주시는 것으로 응답하셨습니다. 우리 역시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하나님 나라를 섬기기 위해 무엇을 구한다면 하나님이 더 많은 것을 채워주실 것입니다. 


솔로몬이 받은 지혜는 그가 드린 일천번제와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그는 먼저 일천번제를 드렸습니다. 그런데 간혹 이 일천번제에 대해 오해를 하고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솔로몬이 일천 번제를 하나님 앞에 드린 후에 지혜를 구했더니 하나님이 지혜뿐만 아니라 부와 재물과 영광까지 부어 주신 일이 자신에게도 일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어떤 성도님들은 '일천 번제'라고 하는 헌금을 드리면서 작정기도를 하기도 합니다. 하나님을 향한 헌신이 잘못되었다는 말씀이 아닙니다. 그 진정한 의미가 왜곡된 채 잘못 사용되고 있다는 말씀입니다. 사실 솔로몬이 드린 일천 번제는 천일 동안 제사를 드린 것이 아니라 일천 마리의 제물을 한번에 드린 제사입니다. 이 때 '천이라는 수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매우 많은 수’를 상징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솔로몬이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수의 제물로 번제를 드렸다고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일천'이라는 숫자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제사를 드리게 된 배경과 마음입니다. 솔로몬은 부족한 자신을 왕으로 세워 주신 하나님께 헌신을 다짐하기 위해 일천번제를 드린 것입니다. 하나님으로부터 무언가를 얻어 내기 위해 일천번제를 드린 것이 결코 아닙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 같은 일천번제를 하나님께 특별한 것을 구하기 위한 도구로, 혹은 나의 믿음과 정성을 드러내기 위한 것으로 이해합니다. 물론 솔로몬이 일천번제를 드리고 난 이후에 엄청난 복을 받은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솔로몬의 모습을 보시고 하나님이 일방적으로 부어 주신 은혜지, 솔로몬이 일천번제를 통해 하나님께 받아낸 복이 아니라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만일 오늘날 우리가 솔로몬처럼 일천번제를 작정한다면, 뭔가를 받을 것을 목적으로 하지 말고 온 마음을 드려 감사하고 헌신을 작정하며 드려야 합니다.


솔로몬은 다윗의 뒤를 이어 이스라엘을 다스릴 왕이라는 자신의 사명을 잘 감당하기 위해 일천번제를 드리고 하나님께 지혜를 구했습니다. 네, 하나님이 내게 맡겨주신 사명, 이 땅을 살아가며 우리가 감당해야 할 하나님의 자녀로서의 사명, 바로 그것을 잘 감당하기 위해 오늘 우리도 솔로몬과 같은 마음으로 예배를 드리고 기도를 드릴 수 있어야겠습니다. 혹 우리의 욕심이나 우리의 바램을 이루기 위해 드리는 일천번제와 간구의 기도라면 그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진 것입니다. 따라서 솔로몬이 받은 축복을 기대하신다면 열심히 기도하기 전에 먼저 우리 자신의 기도의 동기를 잘 살펴볼 수 있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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